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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 수로와 연결되는 입구를 향해 조슈아는 걸음을 옮겼다. 잠입을 들킬 수밖에 없다는 전제하에 흔적을 지우는데 가장 유용한 방법은, 물길을 따라 걷는 것이었다.

 

 아발론 왕성은 아주 오래 된 고성답게 수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편이었다. 내부 지리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는 건 아니었지만 침입을 하는 쪽이 아니라 뒤쫓는 편이라면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조슈아는 빠르게 결론을 내리고서는 지체 없이 움직였다. 내성에 있는 다른 인원들에게 침입 사실을 알리는 것은 아마도 요한이 해결해줄 것이다.

 

 ‘초대받지 않은 자가 들어오면 울리는 결계라니.’

 

 침입자는 어떤 기준으로 가리는 걸까. 조슈아는 요한이 흘린 단서를 되새기며 생각을 가다듬었다. 아발론에는 고대에서부터 내려오는 알 수 없는, 마도공학으로도 설명하기 힘든 특별한 힘이 깃든 공간과 물건들이 많았다.

 

 자신의 염동력이 통하지 않는 요정하며 함부로 만지기가 껄끄러운 기분이 드는 옥좌라던가. 고대 국가의 흔적들이 은은하게 남아있는 왕성은 아마도 객식구를 받아들이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그 남자와 같이.

 

 “…….”

 

 요한 테일드는 보이는 것보다 더 친근하면서도, 보이는 것보다 훨씬 거리감 있는 사람이었다. 이상한 말이었지만 그렇게밖에 표현 할 수 없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 남자는 마을로 시찰을 나가면 인사를 건네지 않는 사람이 없었고, 왕성에서도 항상 동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걷기만 해도 자연스럽게 주변 인물들이 자석처럼 끌려오는데 그걸 번잡스럽게 여긴 적이 없다는 듯 웃는 사람이었다. 여러 사람이 모이면 항상 가운데에 선다던가. 무슨 일이 생기면 의지하는 시선을 받는다던가. 탐탁지 않은 순간들마다 가장 먼저 나서는 게 익숙해 보였다.

 말하자면 의젓한 장남 같은 역할이었지만, 그게 자연스러웠다고 해서 본인의 타고난 본성이라고 하기에는 어렵지 않는가.

 

 그 남자는 대단히 노력하는 사람이었고 그렇기에 부여받은 역할에도 최선을 다하긴 했지만, 타인 앞에서 자신의 하자를 보이는 사람은 아니었다. 대단히 깊게 지켜보지 않았다 해도 알 수 있었다. 그는 좋은 사람과 편한 사람의 차이점을 꽤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겉으로 보이는 대로 전부 믿었다간 제법 명확하게 그어지는 거리감에 상처입기 십상이었다.

 

 애초에 자신이 이런 걸 생각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요한이 어느정도 빌미를 주었기 때문이지만.

 

 쓸모없는 상념을 끊어낸 건 심상치 않은 냄새였다. 조슈아는 지하에 고인 물 냄새와 이끼 냄새들 사이로 익숙하면서도 이질감 느껴지는 냄새를 맡아냈다. 소리는 없었다.

 

 조급하게 냄새의 꼬리를 쫓아서 발을 움직이자 도착한 곳은 막다른 골목이었다. 아마 다른 방향에서 길을 들었더라면 메인 배관이 묻힌 상수도 처리장으로 들어설 수 있었을 텐데 그저 의심스러운 기미를 쫓아왔더니 처리장을 만들기 위해 인위적으로 막아버린 외벽에 다다른 것이다.

 

 틀림없이 화약 냄새인데.

 

 조슈아는 인상을 찌푸리며 벽을 가볍게 두드려보았다. 벽돌을 층층이 쌓아올려 틈 없이 짜인 장벽에는 수상한 틈새 같은 건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어딘가에 폭약이 설치되어 있다는 직감만이 수색을 멈추지 않게 했다.

 

 어쩐지 불안한 느낌이 사라지지 않았다. 코끝은 맴도는 화약의 냄새가 너무 익숙했다는 점에서 더더욱.

 

 이 지하도 바로 위는 틀림없이 기사단의 숙소가 있는 곳이었다. 내성에 아슬아슬하게 붙어있는 건물이었는데 이곳에서 수작을 부리는 동안 아무도 침입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건 결계가 미치지 않는 공간이라는 뜻인지도 몰랐다. 정말로 왕성 내부인력 중에 조력자라도 있는 건가.

 

 초조함을 떨치기 위해서 맹렬하게 머리가 돌았다. 단순히 지하 수도만을 폭파시킨다 해서 왕성에 대단한 타격을 줄 수 있는 건 아닐 것이다. 위층에 위치한 기사단의 숙소에는 상주인원이 제법 많았으니 인명 피해를 노리기 위한 시도라면 납득할 수 있겠지만, 그러기 위해선 어중간한 화력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지하에서 폭약을 터뜨리면서 지반까지 무너뜨리려면….

 

 아, 그래서 처리장을 나누고 있는 거대한 벽을 고른 건가.

 하지만 그렇게까지 대량의 폭약을 운반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정도 되는 크기의 벽을 소량의 폭약으로 무너뜨리기 위해선 표면만 폭파하는 걸로는 어림도 없었다. 화약을 깊은 곳까지 밀어 넣어서 안 쪽을 무너뜨려야만 했다. 이렇게 틈 없는 벽면에 구멍을 먼저 뚫으려 시도했다면 소음을 숨길 수가 없었을 텐데….

 

 구석구석을 살펴봐도 여전히 벽면에는 폭약을 숨겨둘만한 구멍도 흔적도 보이질 않았다.

 조슈아는 한숨과 함께 이마를 짚었다. 눈이 시릴 만큼 강한 화약이 근방에 존재하는데도 보이지가 않는다니. 좀 이상한 거 아닌가.

 손등으로 눈두덩을 가볍게 누르던 조슈아는 속눈썹에서 무언가 까끌한 촉감이 묻어나는 걸 느꼈다.

 “……?”

 이게 뭐지. 손가락을 비비자 조금 거칠던 입자가 곱게 갈리며 손가락 사이에서 부서졌다. 경악스러운 깨달음과 함께 조슈아는 펜듈럼을 꺼냈다.

 

 힘을 불어넣자 번쩍이는 펜듈럼의 불빛이 지하를 가득 채웠고….

 

 빛을 받은 눈앞의 거대한 벽은 온통 형광으로 빛나고 있었다.

 

 “…이건.”

 

 조슈아는 그제야 어째서 이 지독한 냄새가 자신에게 익숙했는지를 기억해냈다.

 

 갈루스 제국 연구실에서 개발해낸 화약이었으니까.

 

 어쩐지 무시하기 어려운 기시감이었더랬다. 가장 최악인 건 이건 제대로 상용되지도 못한 물질이란 점이었다. 본래는 건설과 토목에 사용되기 위해서 개발했던 것이지만 지나치게 작은 충격에도 터져버리는 탓에 제 용도대로 쓰일 수가 없었다. 숱한 인명피해와 자잘한 사고들을 거쳐서 이 인화성 물질의 상용화는 잠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결론과 함께 개발을 중단했다.

 

 그리고 지금, 아주 소량씩 흙으로 단단히 굳혀서 사용해도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는 물건이 온 벽에 치덕치덕 처발라져 있는 것이다.

 

 무기를 쥔 손등이 파르르 덜렸다.

 

 빛에 닿으면 발광하는 성질이 있어서 펜듈럼의 불빛을 받으며 거대한 벽은 마치 장엄한 무언가를 앞에 둔 것처럼 시야가 번쩍거렸다.

 

 조슈아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이게 왜 대체 여기에 있는 거지.

 

 제대로 유통되지 못하고 군대에서만 제한적으로 사용했던 것들이 어떻게 지금 여기에 발라져 있단 말인가. 이해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 눈 앞에 펼쳐져 있어서 그는 아득한 기분 속에 조금 뒷걸음질을 쳤다.

 

 누구지.

 

 누가 어떤 의도로 이곳까지 침입해서 무엇을 노리고 있지.

 

 카르티스 파는 와해되어 지금은 자취를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라고 들었으니 어쩌면 그가 지독하게 밟아왔던 귀족원 세력일지도 몰랐다.

 

 아니면, 그것도 아니라면… 정말로 혹시나 자신이 알고 있는…….

 

 “…그럴 리가 없어.”

 

 조슈아는 이를 악물며 마른세수를 했다. 그럴 리가 없었다. 특임대는 정복전쟁의 기간 동안… 대다수가 죽었다. 목숨을 건진 몇 안 되는 대원들도 일부러 대패를 위장하여 해산시켰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함께 움직이지 말라고 마지막으로 내린 명령을 그들이 지키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들이 자신의 위치를 특정했으면서 이런 일을 계획했을 리가 없었다.

 

 창백한 뺨이 파르르 떨렸다. 빛이 새어나오는 펜듈럼을 억지로 손에서 떨어뜨리며 조슈아는 막막하게 제 앞에 펼쳐진 널따란 벽을 올려다보았다.

 

 무너뜨릴 셈이라면 어딘가에 기폭제가 숨겨져 있을 것이다. 아니면 그 자신이 기폭제가 되기 위해 뛰쳐나오거나. 방금 전의 수색으로 최소한의 반경 내에서는 찾아낸 게 없었으니… 아마 후자가 더 가능성이 높았다.

 

 그들은 어디에 있지….

 

 조슈아는 이를 악물며 뒤를 돌았다.

 

 자신이 폭약을 발견하고 비틀거리던 순간부터 줄곧 저 멀리서 들려오던 발소리가… 어느새 시야의 안까지 도착해 있었다.

남자는 조금도 헤매지 않으며 조슈아에게로 차분히 가까워졌다.

 

 천천히 어둠에서 모습을 드러낸 그는, 바닥에 질질 끌린 채로 들고 오던 것을 눈앞으로 던졌다.

 

 -쿵.

 둔중한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내던져진 건 복면을 입은 남자였다. 차림새에서는 소속이 보이지가 않았다.

 

 조슈아는 핏기가 가신 얼굴로 바닥에 내던져진 남자와 요한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요한의 손에 들린 대검에는 채 마르지 않은 피가 묻어있었다.

 “요한 경….”

 

 “여기 계셨군요. 찾아다녔습니다.”

 

 “…저를요?”

 

 천장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요한의 뺨 위로 튀었다. 느리게 엄지손가락으로 물기를 닦아내자 손에 묻어있던 핏자국이 길게 요한의 얼굴 위로 번졌다.

 

 “이 남자가 당신에게 굳이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하더군요. 다른 둘은 처리했습니다.”

 

 요한은 고저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조금 전까지 자신과 종탑에 함께 있던 남자는 더는 없었다. 전장에서 마주치던 로드의 충견 같은 모습처럼 요한은 엎어진 남자의 등을 지그시 밟아 눌렀다.

 

 우악스런 손길이 남자의 머리를 똑바로 일으켜 세웠다. 복면을 벗겨내자, 겁에 질려있던 표정이 금세 표독하게 변하며 눈을 맞춰왔다. 광기로 번들거리는 눈동자. 이마가 깨졌는지 피가 얼룩덜룩한 얼굴로 그는 목청 높여 외쳤다.

 

 “대장!”

 

 조슈아는 어둠속에서 아주 희미하게 보이는 남자의 앞에 천천히 한 쪽 무릎을 꿇어앉았다.

 

 “…….”

 남자의 낯을 뜯어보던 조슈아에게서 참지 못 한 실소가 터져 나왔다.

 살려주세요, 대장! 시키는 대로 다 했잖아요!

 

 남자가 애절하게 자신을 부르는 동안 요한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얼굴이었다. 자신을 대장이라고 칭하고 있는 남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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