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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그럼 그렇지. 참을 수 없는 안도감과 함께 창자가 뜯겨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요한이 저렇게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고, 자신은 영문 모를 사유로 모르는 인간에게 변절자로 몰리고 있는 와중에 하긴 마땅치 않은 생각이지만.

 

 네가 아무것도 아니라 다행이었다.

 

 조슈아는 헛웃음을 뱉을 수밖에 없었다.

 

 원한인지 혹은 생존본능인지 혹은 아무것도 아닌지 알 수 없었지만 자신을 향해 손을 뻗으려 몸을 뒤트는 남자를 지켜보며 조슈아는 지금 가장 크게 느껴지는 감정이 안도감이라는 걸 받아들였다. 고개를 들어 요한을 올려다보자 그는 어떠한 작은 징조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고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아닙니다.”

 

 “그렇습니까?”

 

 “믿지 않으셔도 어쩔 수 없지만, 정말로 모르는 자입니다.”

 

 “그렇다면 이 자는 어째서 당신을 대장이라고 부르고 있습니까.”

 

 그러게요. 제가 가장 궁금한데요.

 

 수상한 복면남의 의도는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조슈아의 선택을 비난하고 싶은 건 확실해 보였다. 아발론으로 적을 옮긴 전 특임대장. 충분히 그럴만한 이름표를 달고 있었기 때문에 조슈아는 흥분하지 않았다. 누군가 마구잡이로 내장을 뜯어내는 것 같은 고통도 외면하지 않았다. 남자는 눈을 홉뜨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 절망적인 침음을 내뱉었다.

 

 “대장…! 저희를 버리는 겁니까!”

 

 모르는 얼굴 위로 조금씩, 조금씩 피 흘리며 죽어가던 특임대원들의 얼굴이 덧씌워졌다. 내가 살아남지 않았더라면 너희도 죽지 않았을 많은 사람들 속에 포함되었겠지. 남자가 버둥거리며 간신히 요한에게 잡혀있지 않았던 다른 쪽 팔을 쑥 꺼내든 순간에도 조슈아는 딱히 긴장하지 않았다.

 

 무기도 없는 맨손이 조금 뻗어온다고 해서 어떻게 당할 것 같지는 않았더랬다.

 

 그는 대신 요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지금 우리 등 뒤에 지반을 무너뜨릴 수도 있는 화약이 설치되어 있다고 말해줘도 될까. 공기 중에 아주 자그마한 불씨만 튀어도 여기서 당장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말하면, 그가 자신의 목숨을 돌보는 것과 적과 내통했을지 모르는 자를 의심하는 것 중 어떤 쪽을 우선시할지 궁금했다.

 

 “자리를 옮겨도 되겠습니까?”

 

 물론 궁금한 건 궁금한 거고, 조슈아는 상식적인 말을 먼저 꺼내는 쪽을 택했다.

 

 요한은 그 소리에 고민하는 것처럼 고개를 기울였다.

 

 “두 사람은 좀 힘들 것 같은데….”

 

 “…….”

 

 이 자리에서 제압한 채로 이송해야 할 사람을 ‘둘’이라고 판단했다는 뜻이었다.

 

 “이 자를 지금 처리했다가는 당신이 설령 무고하다 해도 증명하기 어렵지 않겠습니까?”

 

 조슈아의 의향을 묻는 것처럼 요한은 남자를 향해 턱짓했다. 시험을 당하고 있다는 걸 자신도 바닥의 남자도 모두 눈치 챌 수밖에 없었다.

 

 남자는 거의 몸부림치듯이 사지를 비틀며 조슈아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대장 제발! 제발요, 대장!

 

 너 같은 건 역시 특임대에 들어올 수 없었겠다.

 

 그의 발버둥이 애처로우면 애처로울수록 조슈아는 머리가 차게 식으며 그런 생각을 할 따름이었다. 임무를 성공시키지 못하는 건 이미 죽음과 다르지 않았으므로, 그들은 다소 정신 나간 것처럼 하달된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애썼다. 적에게 목숨을 구걸하여 살아 돌아온다 해도 받아줄 곳은 없었다. ‘처벌’의 이름 아래 목이 날아갔던 자가 몇이더라. 그들의 흐릿해진 이름을 기억 속에서 더듬으며 조슈아는 인상을 찌푸렸다.

 

 “…역시 그럼 이 자를 먼저 처리하십시오.”

 

 요한은 의외라고 생각하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단단한 갑주의 아래서 벌레처럼 바르작거리던 남자가 고개를 치켜들었다. 애걸하던 눈동자에 생존본능과 다른 어떠한 종류의 섬뜩한 빛이 번뜩이는 것과 동시에 조슈아는 잡혀있던 옷자락을 털어냈다.

 

 “결백은… 뭐 제가 애써보겠습니다.”

 

 안 되면 어쩔 수 없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이었다. 너무 세게 깨물어서 입술이 너덜너덜해진 남자가 이를 히죽 드러내며 웃었다.

 

 “조슈아 레비턴스…. 과연 아발론의 개가 되었다는 게 사실이었군.”

 

 아. 그렇게 말하면 자신이 저 눈앞에 있는 로드의 충견과 너무 나란히 서는 느낌이지 않나. 제가 그렇게 고결한 사람은 아닌데.

 

 이맛살을 찌푸리는데 그의 훤히 드러난 입 안쪽에서 어쩐지 흉측한 기세가 느껴졌다.

 

 ‘뒈져.’

 

 그의 입모양은 마주 보고 있던 조슈아에게만 똑똑히 전해졌다. 진득한 악의와 살의가 자신을 향해 똑바로 날아드는 그 순간, 남자는 앞니가 부서져라 무언가를 짓씹었다.

 

 “……!!”

 

 조슈아는 거의 동시에 그 남자의 입으로 손을 뻗었다. 요한이 과연 이 남자를 결박하기 전에 어금니 안쪽을 살폈을까. 치아 모형 안쪽에 자결용 독극물을 심는 것은 제법 흔한 방식이니까 어쩌면 처리했을지도 몰라. 애써 희망적인 예측을 불사해봤지만 몸은 정직해서 조슈아는 남자의 턱을 콱 움켜쥐었다.

 

 어차피 자길 당장 죽이겠다는 사람들 앞에서 굳이 자결까지 할 이유는 없었기 때문에 이 남자가 치아 속에 숨겨두었던 건 아마도 최악의 경우…….

 

 - 콰앙!

 

 조슈아가 남자의 하악을 움켜쥐고 요한에게서 최대한 떨어뜨리던 그 순간, 남자의 입 안쪽에서는 폭음이 터져 나왔다. 조슈아는 모든 감각이 불타는 것 같은 통증과 함께 자신의 오른손을 내려다보았다.

 

 이놈은… 이미 냄새를, 맡았구나.

 

 제가 오른손으로 폭약을 만진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나 지근거리에서 그런 도박을 벌인 것이다.

 

 형체도 남기지 않고 뭉개진 남자의 얼굴과 사라져버린 오른 손에서 튄 작은 불씨들이 공기를 타고 맹렬히 퍼져나가고 있었다.

 

 조슈아는 요한에게로 급박하게 시선을 던졌다.

 

 도망쳐.

 

 그렇게 소리를 지르려는 순간, 요한이 성큼 가까이로 다가가 자신의 뒷덜미를 움켜쥐는 게 느껴졌다.

 

 그가 머리가 사라진 남자의 몸뚱이와 조슈아를 한꺼번에 수도로 처넣는 것과 동시에… 눈앞이 새하얗게 점멸할 만큼, 눈부신 발광과 어마어마한 폭음이 울려 퍼졌다.

 

 너무 큰 소음은 의외로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순간이 빠르게 찾아왔다. 귀가 멀어버린 것 같은… 아무것도 남지 않은 침묵의 세계가 그를 덮쳐들었다. 눈앞이 무너져 내리는 것과 함께 조슈아는 정신을 잃었다.

 

 

 

BAD END. 당신은 사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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