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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슈아는 파괴적인 생각을 떨쳐내듯, 입 안 가득 고인 피를 바닥으로 뱉었다. 귓가에서 환청처럼 낄낄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이 자도 고통으로 미쳐가고 있는 걸 보니 저 역시 다른 생각을 해야 될 것 같았다.

 

 고단한 하루의 끝에서 조금 더 고단한 일을 겪을 뿐이었다. 어차피 평온하게 사는 인생은 다 틀려버렸다. 아발론의 영입 제안을 받아들인 것부터가 자신의 여생을 진창으로 밀어 넣겠다는 뜻과 다르지 않았다. 서임식에서 느껴지던 그 무거운 시선들. 끔찍한 눈초리들. 처음에는 거절했었지.

 

 조슈아는 세뇌당한 채 자신의 의지가 없는 삶을 그렇지 않은 삶보다 더 오래 살아오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인간이었기 때문에… 자신의 삶을 그렇게 영원히 고통 받는 자리로 올려놓는 게 대단히 기뻤던 건 아니었다. 그래서 아발론의 군주가 다시 찾아왔을 때도 한 번 더 거절했고…, 속죄가 필요하다면 차라리 남들처럼 감옥에서 형기를 채우고 싶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자신의 속죄를 이런 식으로 바라는 자가 있었기 때문에… 그는 온전히 그녀의 의견에 따라야만 했기 때문에… 여전히 선택하는 삶은 자신의 것이 아니었으므로….

 

 “하하….”

 

 그렇게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웠다. 이것까지도 전부 정해진 자신의 몫이었으려니 생각하면 고통까지도 마땅히 견뎌야 하는 것 같았다. 조슈아는 무거운 고개를 들었다.

 

 온 방안에 흩뿌려진 피나 부서진 가구들을 보면 자신이 이 자를 끔찍하게 도륙 낸 것처럼 보일지도 몰랐다. 출력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지 짓눌린 침입자는 이젠 감전된 것처럼 간헐적으로 손발을 떨었다.

 

 피차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꼴로 서로의 한계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면서 대단한 싸움이라도 치른 것 마냥 비장하게 지껄인 것들이 우스워졌다.

 

 조슈아는 더는 똑바르게 앉아있을 수조차 없어져서 부서진 테이블 다리에 몸을 기댔다.

 

 지쳤다. 머리는 너무 아팠고, 곤두선 신경은 지나치게 예민해져서 주변의 정보를 너무 선명하게 수집하고 있었다. 소란스럽고 어지럽고 원색의 섬광이 번뜩거리는 일그러진 시야를 보면서 조슈아는 조금 피곤해졌다.

 

 바닥이 자꾸만 가까워졌다. 왜 땅이 점점 다가오나 했더니 목이 수그러들고 있는 것 같았다. 앉은 자리를 중심으로 바닥에는 피 웅덩이가 고여 있었다.

 

 간신히 바닥을 짚으며 몸을 지탱한 조슈아의 귀는 이제 자신의 숨소리까지도 남의 것처럼 듣고 있었다.

 

 왜 버텨야 하지? 얼마나 버틴 거지? 폭주가 일어나면 어떡하지?

 

 머릿속에서 온갖 물음표가 떠다니다가 이내 그것조차 사라져갔다. 너무 아프고 참을 수 없이 아프기만 해서 뇌가 비명을 지르듯 아프다고 온 몸에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이제 정말 틀린 것 같았다.

 

 ‘몸조심 하세요.’

 

 아, 혹시 그건 예지 같은 거였나?

 

 어울리지 않는 생각을 하며 조슈아는 헛웃음을 삼켰다. 대체 왜 마지막에 와서 그의 목소리가 떠오르는지 몰랐다.

 

 요한의 얼굴을 떠올리니 괜히 몸이 으슬으슬 떨리고 잊고 있던 추위가 몰려 왔다. 그가 건네주던 모포의 촉감이 손바닥 아래서 간질거렸다. 어떻게 알고 담요를 가져 왔는지는 묻지 않았다. 햇살이 잘 드는 벤치에 앉아 졸고 있던 자신에게 겉옷을 벗어 덮어주더니 자리를 뜨려던 남자를 붙잡은 전적이 이미 있었더랬다.

 별로 대단한 소리는 하지 않았지만, 아마 일그러뜨린 미간이 조슈아의 심장을 대변하고 있었을 것이다. 말 없는 추궁을 앞에 두고 남자는 겸연쩍은 듯 뺨을 긁었다.

 

 ‘항상, 춥게 입고 다니던 게 생각나서요.’

 본인도 걸치고 있는 게 그렇게 따뜻해보이진 않던데. 자신의 차림과 그의 차림을 번갈아 보던 눈빛에서 속내가 읽혔는지 요한은 주먹을 입가에 가져다 대며 옅은 웃음을 흘렸다.

 

 ‘그렇지만, 당신은 뭐랄까… 추워 보이는 얼굴, 이라고 말하면 역시 조금 이상하죠? 저도 설명은 잘 못하겠지만 보고 있으면 그런 느낌이 들어요. 표정 때문인가.’

 그렇게 말하던 남자의, 눈동자가 조슈아의 낯을 샅샅이 훑던 감각을 기억했다.

 

 ‘당신은 조금 더 든든하게 입고 다니는 게 좋겠어요. 햇살 아래 누워있어도 담요가 필요해 보이는 얼굴이니까.’

 

 고개가 자꾸만 바닥을 향해 떨어지려하는 아득한 순간 속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울렸다. 눈이 가물가물해져 앞이 잘 보이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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