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문 밖에서 소리가 들렸다.
제대로 가누기 힘든 고개를 치켜들자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인영이 보였다. 어룽거리는 금발이 새빨간 시야 속에서도 눈에 들어와서 조슈아는 발작처럼 웃음 섞인 기침을 뱉어냈다. 하필, 이렇게 공교로운 타이밍이어도 되는 건가.
누가 보면 내가 대단히 당신을 그리워하기라도 한 것 같지 않습니까.
조슈아는 저에게로 혼비백산해 다가오는 요한의 품으로 쓰러지며 왈칵 피를 뱉었다. 남자의 옷이 자신의 검붉은 피로 젖어드는 걸 보며 조슈아는 피에 젖은 남자를 보는 게 낯설지 않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이 하얗고 눈부신 기사님과는 서로의 상처를 터뜨리기 위한 곳에서 더 많이 만났었지.
그렇기 때문에 당신이 나를 경계하고 불편해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조슈아 경!”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어쩌질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는 어떻게 깎고 다듬어져도 결국은 물러 터진 인간인 모양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고, 어딜 다쳤느냐고 더듬더듬 자신의 몸을 더듬는 남자의 손을 말릴 기력도 없어서 조슈아는 그저 그의 어깨에 머리를 파묻었다. 축 늘어진 몸뚱이가 흐물흐물 자신을 떠받치는 벽에게로 쏟아졌다.
그래도 성인 남성이 고스란히 기대는데 무언가를 받아든 것 같지도 않게 거뜬하게 받아드는 몸에 조슈아는 간신히 잡고 있던 의식이 뿌옇게 번져가는 걸 느꼈다.
“…탁자, 너머에….”
“확인했어요. 제압했으니까, 능력 좀 풀어 봐요. 진즉 기절시켰어요.”
어린애를 어르고 달래는 듯한 요한의 목소리가 무의식 속으로 아득하게 부서졌다. 어쩌다가 지원도 부르지 않고 혼자만 도착해버렸느냐 생각했는데 그런 게 없이도 알아서 잘 처리한 모양이었다. 덕분에 긴장이 풀어져 조슈아는 염력을 거두어들이는 것과 동시에 눈을 감았다.
“부상은요?”
“…과,부하입…니다.”
당신도 떨어지세요. 언제 폭주가 일어날지 모르니까.
벌벌 떨리는 손을 들어 요한을 밀어내려 했으나 그는 꿈쩍하지 않았다. 어차피 힘이 들어가지지도 않았으니 조슈아는 그저 뱃속 깊은 곳의 창자가 문드러지는 통증에서 의식을 떼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성을 잃어버리는 게 가장 위험하니까.
“프리스트가 이쪽으로 오고 있어요. 저는, 저는 여기서 어떻게 하면 되는 겁니까….”
요한의 목소리가 벌벌 떨리는 것처럼 들렸다. 침착하려 애쓰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찰흙인형을 만지는 것처럼 아주 살짝 자신의 팔꿈치를 받쳐 들고 있는 손이 형편없이 떨렸다.
“아무,것도…. 익숙하니까… 그냥….”
제발 나한테서 떨어져 줬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었으나 뭐에 틀어 막힌 것처럼 말이 나오질 않았다.
셀 수도 없이 겪은 폭주였다. 생사의 고비를 넘었던 것만 세어도 열 손가락이 모자랐다. 그러니 이렇게 온 몸이 으스러질 것 같고 속이 헐어버린 것 같은 고통이 생에 처음은 아니었다. 지금보다 훨씬 더 가혹하게 몰아붙여진 적도 많았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안겨서 토닥거려져 본 적은 난생 처음이라서….
자신의 뒷머리를 애타게 쓰다듬는 손길도. 이런 일이 숨 쉬듯 익숙하다는 말에 울것처럼 숨을 가다듬는 사람도. 전부 처음이라서 조슈아는 아주 잠시라도 머무르고 싶었다.
열세 살의 조슈아가 바라던 걸 시간을 훌쩍 뛰어넘은 지금의 자신이 받고 있는 것 같았다.
누구라도 좋으니까 제발 나를 안아달라고, 차가운 돌바닥을 긁으며 구걸했던 적이 있었다.
힘들었느냐고 조금만 더 견디라고 내가 너무 미안하다는 번지수를 틀린 사과를 받고 싶어서 긴 밤 내내 웅크리고 울었던 순간이 있었다.
왜 그 누구도 아닌 낯선 땅에서 자란 낯선 타인일 뿐인 당신이 나에게 이런 걸 해주고 있는 걸까.
조슈아는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한숨 섞인 웃음을 가늘게 뱉었다. 그리고 있는 힘을 다해 그를 밀어냈다.
뾰족하게 날이 선 기감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목숨이 경각에 달해 있다는 걸 증명해주는 기분이었다.
다치지 않을 정도로 조절하고 싶었으나 그 정도의 섬세한 컨트롤은 불가능했다. 요한을 방 한쪽으로 날려버린 조슈아는 그 순간 울리는 총성을 들으며 긴 숨을 내뱉었다.
가슴을 꿰뚫는 총탄의 방향을 향해 시선을 들자 복도 한구석에 숨어 저격 총을 겨누는 있는 남자가 보였다.
공범자.
그의 총구가 다시 한 번 불을 뿜는 것과 동시에 초능력으로 작게 뭉친 쇳조각이 남자의 이마를 꿰뚫었다.
아득하게 요한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BAD END. 당신은 사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