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슈아가 눈을 뜨자마자 시야에 들어온 건, 의무실 천장이었다. 익숙한 두통을 참아 넘기며 그는 눈알을 굴렸다. 침대 가장자리에 엎드려 잠든 남자의 둥그런 뒤통수가 시야에 들어왔다. 말라비틀어진 핏자국이 여기저기 묻어 얼룩덜룩한 금발은, 여느 때처럼 반짝거리기보다는 허름해보였다. 그 몰골이 다소 보기에 좋지 못해 조슈아는 인상을 찡그렸다. 씻어야 되는 거 아닌가.
남자를 깨우고 싶었지만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가 없었다. 목소리를 내기에는 숨을 삼키기만 해도 느껴지는 통증이 심상치가 않았다. 피를 그렇게 토했으니 기도가 많이 상했을 것이다. 이렇게 지독한 약물을 주입당한 다음이면 보통 사나흘은 물도 마시지 못하고 수액만으로 생을 연명해가곤 했더랬다.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이었다.
어릴 적에는 너무 마땅하게만 받아들였던 실험이기에 아무런 생각도 없이 견뎌냈다면, 지금은 아는 게 많아진 만큼 더 혹독하게만 느껴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이런 걸 돌아갈 집도 부모도 없는 어린아이에게 견디라고 말하는 건 역시 가혹한 일이겠지. 덜 자린 몸이 견디기에는 어림도 없는 고통이었다. 숫자를 센 건 열 네 번째 실험까지만 이었다. 그 후로는 더는 아무것도 셈하거나 기록하지 않았다.
손톱 밑에 누구의 것인지 모를 피가 말라붙어 있었다. 어딜 긁었는지 손톱 몇 개는 엉망으로 깨지고 들려있었지만 고작 그 정도의 통증은 대수롭지도 않았을 것이다. 누군가가 장기들을 으깨는 것 같은 지독한 고통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슈아는 다시 한 번 살아남았다. 누군가 자신을 유리창 밖으로 꺼내서 업고 달렸기 때문에….
몸이 만신창이가 된 게 느껴졌다.
내장도 대단히 많이 상했겠지. 이렇게 힘겨운 과부하를 겪었는데 더 강해지지도 않는다니 너무나도 손해 보는 싸움이었다.
침입자는 어떻게 되었나….
생각이 뻗어나가려던 찰나, 침대 가장자리에 엎드려 있던 남자가 부스스한 얼굴로 일어났다. 커다란 눈동자가 느리게 끔뻑거렸다. 잠기운이 가득 묻은 그의 얼굴에는 지울 수 없는 피로감이 가득했다.
몇 시 입니까.
저는 얼마나 잔겁니까.
그 뒤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다른 다친 사람은 없습니까.
그들의 목적은 뭐였답니까.
능력이 폭주했는데 대체 어떻게 그 한복판까지 들어온 겁니까.
통제되지 않는 초능력이 터지고 있는데 무슨 배짱으로 도망가지 않은 겁니까.
제가 피하라고 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했습니까.
당신은 왜… 나를 그렇게 간절하게 불렀습니까.
“…….”
무수하게 쏟아질 것 같았던 질문들 대신 조슈아는 손을 구부려 요한에게 까딱까딱 손짓을 했다.
지저분하고 더러운 것들에 절은 꼴이었지만 아마 자신도 크게 다르지 않을 테니까, 이 시트는 어차피 글러먹었다.
한 사람분의 더러움이나, 두 사람분의 더러움이나 얼마나 차이가 있으려고.
조슈아의 손길에 요한이 이끌리듯이 침대 위로 기어 올라와 옆자리에 누웠다. 스르륵 감기는 남자의 눈꺼풀을 지켜보며 조슈아 역시 다시금 눈을 감았다. 지금은 아무 생각도 없이 잠들어도 될 것 같았다.
END4. 그리고 휴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