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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슈아 경, 저 궁금한 게 있는데요.”

 

 “…네, 뭡니까.”

 

 “머리는 괜찮습니까?”

 

 “……네?”

 

 “염력을 사용하셨잖아요. 샬롯에게 들은 적 있습니다. 종종 두통을 앓는 것 같는데 다친 게 아니라서 치유되지가 않는다고.”

 

 차가운 손바닥이 다가와 이마를 가볍게 눌렀다. 서늘하게 느껴지는 타인의 피부가 머리에 와 닿는 순간 알 수 없는 감각이 훅 피어올랐다. 거리감이 좀 이상하지 않나, 생각하는 순간에 이미 요한의 얼굴이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앞으로는 그런 훈련이 포함되지 않도록 신경 쓰겠습니다.”

 

 조슈아는 범람하는 위화감 속에서 혼자 허우적거리는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염려를 담은 다정한 눈빛이 어째선지 진심처럼 보였다.

 

 “쓸모 있는 곳에서 쓰임 받는 건… 싫지 않습니다.”

 

 가까스로 몸을 물리며 대답했지만, 요한은 인상을 가볍게 찌푸리며 고개를 내저었다.

 

 “본래부터 가지고 있지는 않았던 능력이라고 하셨잖아요.”

 

 “…제가 언제….”

 

 반사적으로 반박하려 했으나 문득 조슈아의 기억 속에 남은 장면이 입을 막았다. 지하 감옥에서 이자를 만났었지. 자백제를 맞은 것도 아닌데 세뇌를 풀면서 가볍게 쇼크가 왔는지 묻는 대로 죄다 털어놓았던 적이 있었다. 말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 것들이 토해지던 구역감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제 것이 맞습니다.”

 

 “…조슈아 경.”

 

 요한이 무언가를 설득하려 들 것만 같아 조슈아는 급하게 그 말을 막았다.

 

 “아니, 그냥 정정하려는 것뿐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초능력자였습니다. 본래는 아주 약한 염력이었는데 시술을 통해 강해지면서 작은 부작용이 생겼을 따름입니다.”

 

 “그래도 저는 가급적이면 쓰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자주 쓰면 뇌에 부하가 걸린다고 하셨잖아요.”

 

 “왜 그렇게 많이 알고 있는 겁니까….”

 

 조슈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이번에야말로 요한의 반경에서 벗어났다. 수상쩍게 자신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는 남자였다. 홍차부터 시작해서 두통까지 어디다 말하지 않은 것과 말했던 것도 같았던 미묘한 정보들이 뒤섞여 의심스러워졌다.

 

 “요한 경.”

 

 “그런 표정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걱정하고 있을 뿐인걸요.”

 

 “아니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고….”

 

 “로드께서 당신을 행정실 쪽으로 배치한 것도 가급적이면 염력을 사용하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이니까요.”

 

 “…….”

 

 “만일… 오늘 당신이 모의 전투에 동원되지 않았더라면….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테고… 그래서 지금 여기서 보초를 서고 있지도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요한은 울 것처럼 얼굴을 찡그리다가도 도로 웃었다. 일그러진 균열의 사이로 남자의 감정들이 언뜻 흘렀다가 도로 거둬들여졌다. 이마에 얹어져있던 손이 차가운 뺨을 스치듯이 매만졌다. 금방 부서질 무언가를 다루는 것처럼. 아주 약하고 조심스러운 손길이었다.

 

 거부감을 느끼기엔 너무 사소하던 접촉에 머뭇거리는 사이 그의 손이 조금 더 느릿하게 턱과 목덜미를 쓸었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중이지.

 너무 상상해본 적 없는 상황에 닥치면 판단력이 잠시 멎어버리는 것 같았다. 조슈아는 지금 이 남자가 왜 자기를 만지고 있는지, 이대로 두면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되는 건지, 멍하니 생각하려 노력했지만, 자꾸만 머릿속이 헝클어졌다. 요한의 손이 닿는 자리로 온 신경이 쏠렸다. 귓바퀴를 만지던 손가락이 머리카락을 헤집으며 뒤통수를 끌어당겼다.

 

 “잠,그…!”

 

 남자가 한 손으로는 뒷머리를 받친 채 목을 뽑아버릴 것 같은 기세로 덮쳐들었다. 잠깐이든 그만이든 말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뭐라고 제대로 된 단어를 말하기도 전에 등이 벽으로 밀착되며 몸이 겹쳐졌다. 품에 갇힌 것처럼 시야가 어두워지며 그의 얼굴이 가까워져오는 순간 숨도 쉴 수가 없었다. 이렇게 조금의 틈도 없이 붙어서 날숨을 뱉었다가는 그에게 닿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입술이 맞닿았다. 머릿속에서는 온갖 비명이 폭죽처럼 터졌다가 사그라들었다. 잠시 붙었던 입술을 이내 온기와 함께 떨어졌다

 

 “…….”

 

 “…….”

 

 숨소리가. 파들파들 떨렸다. 누구의 것인지 모르겠다.

 

 “…당신…지금, 이게…무슨….”

 

 조슈아는 가까스로 제정신을 붙잡고 물었으나, 남자는 쓰게 웃을 뿐이었다.

 

 “변명해봤자 이해 못할 겁니다.”

 

 “뭐라고요?”

 

 순간적으로 훅 솟구치는 열에 고개를 치켜든 순간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요한은 다시 한 번 집어삼키는 것처럼 입술을 맞붙여왔다. 뜨거운 숨결과 함께 미끈한 살덩이가 입 안을 가르고 들어왔다. 자신의 의지가 아닌 신체 일부가 입 안을 돌아다니는 건 뭐라고 표현하기 생경한 느낌이었다. 그럴 리가 없었지만, 숨길이 막히는 것 같았다. 불규칙적으로 입 안을 헤집는 혓바닥이 뜨겁고 버거웠다.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옅은 기침과 함께 간신히 요한을 밀어내자 애매한 표정을 지으며 그는 느리게 물러났다. 벽에 갇히다시피 해서 숨통을 조이는 행위라니. 이게 대체 뭐지. 손등으로 입술을 벅벅 문지르며 조슈아는 침착하게 펜듈럼을 손에 쥐었다. 머릿속에는 ‘이게 뭐지’ 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가 미친 속도로 회전하고 있었다.

 

 “…….”

 

 “닦는 건 너무하지 않아요?”

 

 눈썹을 사선으로 휘며 요한은 뺨에 짧게 입을 맞췄다.

 

 “미쳤습니까?”

 

 어깨를 제법 강하게 밀쳤는데도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해보고 싶었어요. 한 번은 참았는데 역시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서.”

 

 “…….”

 

 눈동자가 가느다랗게 휘어지며 둥그런 모양을 만들어냈다. 착한 얼굴로 다정한 말들을 내뱉더니 기어이 사람을 희롱하기까지 하는 모양새를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새로운 방식으로 괴롭히고 싶은 건가.

 

 가능성 없는 만약을 뒤로 치우며 조슈아는 인상을 찌푸렸다.

 

 “요한 경… 지금 제정신이 아닌 것 같습니다.”

 

 “각박하네요. 우리 사이에.”

 

 “…우리…가 무슨 사인데요.”

 

 소름이 끼치는 호칭을 재확인하며 저도 모르게 얼굴이 구겨졌다. 그리고 요한은… 우습게도 상처받은 얼굴을 했다. 잘생긴 남자가 사연 있어 보이는 표정을 지으니까 이렇게 사람이 없는 기억을 뒤지게 되는구나. 정말 이 사람과의 사이를 내가 잊어버린 건가 하는 멍청한 상상을 하면서 조슈아는 몸을 뒤로 피하려 했다. 벽에 가로막혀서 실패했지만.

 

 “…함께 사선을 넘었잖아요.”

 

 요한은 웃는 얼굴로 말했다. 다만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서로 반대편에 서서 넘었던 거, 말입니까.”

 

 “이것 봐요. 저는 분명 이해 못 할 거라고 말했는데.”

 

 그는 대답하며 다시 한 번 키스해왔다.

 

 벌써 세 번째였다.

 얼빠진 인간처럼 대처하고 있긴 했어도 같은 걸 세 번이나 참아주는 건 결국 동의한 것과 다름없어진다는 생각에 조슈아는 펜듈럼을 들어올렸다. 초능력과 관련이 없는 물건이긴 했지만 손에 쥐고 있어야만 제가 염력을 쓸 예정이라는 걸 사람들이 눈치 챌 수 있으므로 그는 기꺼이 요한의 어깨를 아프지 않게 내리 찍었다. 그건 시동어나 마찬가지였다. 당신에게 무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금빛으로 반짝이는 속눈썹이 느리게 흔들렸다.

 

 손가락을 뻗어 그의 옷자락을 염력으로 잡아채려는 찰나, 맞닿은 입술에서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진짜 왜 그렇게 사람을 애달프게 부르는지 묻고 싶을 만큼. 누가 보면 절절한 사연이라도 겪은 모양으로.

 

 조슈아 경.

 입 안을 무자비하게 침입하고 있는 혓바닥과 함께 자신의 이름이 애틋하게 부서졌다. 뻗은 손가락 사이사이를 얽어매며 남자는 손깍지를 껴왔고, 거의 부서뜨릴 것처럼 자신의 허리를 끌어안는 팔뚝에 조슈아는 저도 모르게 신음을 내뱉었다.

달게 조각 난 음성과, 틈 하나 없이 들러붙은 몸뚱이와 뇌리를 지배하는 어지러운 감각이 점점 현실감을 무너뜨렸다.

성 밖에서 폭발 소리가 들렸다.

 

 돌 벽이 무너지는 것 같은 소리였다.

 

 요한은 천천히 몸을 떼서 숨을 열어주었다. 손가락은 여전히 붙잡혀 있었다.

 

 “…….”

 

 축축하게 젖은 혓바닥이 아랫입술을 느리게 핥으며 떨어져나갔고, 그는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는 사람처럼 다정하게 사람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해보니 어떤 느낌입니까.”

 

 어차피 대답해주지 않을 이유 대신에 조슈아는 나지막이 그가 말했던 것을 물었다. 요한은 순하게 눈꼬리를 접으며 웃었다.

 

 “…다음 번에는 더 힘내야겠다는 느낌?”

 “…하아. 진짜 아까부터… 나를 어떻게든 납득시켜줄 마음은 없는 겁니까.”

 

 요한은 대답 없이 말갛게 웃을 따름이었다.

 

 폭음이 한 번 더 크게 울려 퍼졌다. 조슈아는 이제 정말 이 남자를 떨쳐내고 종탑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살피러 가야했다.

 

 END2. 그런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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