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요한 경, 지금 혹시 몇 시 입니까?”

 

 “음…, 새벽 한 시가 조금 안 됐습니다. 교대까지는 네 시간 정도 남았네요.”

 

 “그렇군요….”

 

 조슈아는 순순히 시간을 확인하며 대답하는 요한에게 불쑥 내뱉었다.

 

 “…날짜가 바뀌었으니까, 조금 이르지만 먼저 말하겠습니다.”

 

 “……?”

 

 “생일 축하드립니다.”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귀를 의심하는 남자와 구구절절 설명할 생각이 없는 남자의 사이에서는 침묵만이 흘렀다. 주위를 몇 번이나 둘러본 요한이 자신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저 말입니까?”

 

 “16일이니까요.”

 

 “와…아니, 그게, 너무 의외인… 아,아니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던 일이라서…, 제 생일은 어떻게 아셨나요?”

 요한이 버벅거리며 고장 난 사람처럼 아무 말을 주워섬기는데도 조슈아는 벽에 기대앉아 가만히 지켜볼 따름이었다.

 

 “그야….”

 

 “아니 잠시만요! 그래도 감사 인사가 먼저겠죠. 고맙습니다, 조슈아 경. 올해 처음으로 받는 생일 축하네요.”

 

 실컷 당황하던 모습이 무색하게 요한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등불을 등지고 어둠 속에 앉아있는 주제에 자기 혼자 선명하고 반짝거리는 것 같았다. 조슈아는 눈이 정말로 피곤하긴 한가보다 생각하며 손등으로 지그시 눈두덩을 눌렀다. 그리고는 엊그제의 소란을 짧게 되새겼다.

 

 “아발론은… 제법 요란하게 축하 파티를 준비하더군요. 연회장에 가랜드를 다는 일에 동원됐습니다. 생일 카드도 적으라고 한 장 씩 돌리더라고요. 제출은 하지 않았습니다만….”

 

 조슈아는 느릿하게 요 며칠 사이에 겼었던 일을 나열했다. 커다란 생크림 케이크에 장식을 올린다거나 종이 꽃가루를 자른다거나 작은 테이블들을 하나로 모아서 거대한 흰색 천을 덮는다거나 하는 것들이었다.

 

 서프라이즈 치고는 준비하는 모두가 너무 능숙하고 자연스러워 보였다. 서로의 생일파티를 준비해주는 것이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일이라면 본인에게 말한다고 해서 큰 차질이 빚어지는 건 아니겠지.

 마침 요한 쪽에서도 예상했던 반응이 돌아왔다.

 

 “아, 그렇죠. 원래는 제가 개인적으로 조그맣게 준비하던 것들이었는데 몇 번씩 반복되다보니 이제는 모두가 모여서 파티를 열어주는 게 기사단의 전통이 되어버렸거든요.”

 

 “…….”

 

 …이것도 너였냐.

 

 퍽 요란한 생일 축하 전통의 기원을 알아버렸지만, 어째선지 자연스럽게 납득하고 말았다. 그는 정말 본인이 할 법한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티 없는 웃음과 조건 없는 다정함은 마치 커다란 생크림 케이크나 형형색색의 폭죽처럼 달고 요란하고 푹신했다.

 

 “조슈아 경이 축하해주시니까 너무 기쁘네요.”

 

 입 바른 말도 거리낌 없이 잘하는 주제에, 혀에 꿀을 바른 듯한 거짓도 스스럼없이 뱉을 수 있는 모양이었다. 속눈썹 위에서 사르르 부서지는 달빛이 금가루를 뿌린 것처럼 퍼져나갔다.

 

 새삼스럽지만, 아름다운 얼굴이라고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평야 위에서 만났을 적에는 극악무도한 인간이라는 감상뿐이었기에 더더욱 낯설고 의외로운 기분이었다.

 

 “조슈아 경은 생일이 언제인가요?”

 

 “…그건 왜 묻습니까.”

 

 “당연히 저도 가장 먼저 축하해드리고 싶으니까요!”

 

 “이미 지났습니다.”

 

 “아니 그래도, 내년도 있고 내후년도 있잖아요.”

 글쎄요…. 그때까지 제가 아발론에서 잘 살아남아 있을까요.

 결코 밝히지 않을 속내를 삼키며 조슈아는 담담히 자신의 생일을 말했다.

 

 “봄이네요. 정원에서 파티를 열어도 너무 좋을 것 같지 않나요?”

 

 “…….”

 

 “아니 왜요. 꽃구경 싫어하시나요?”

 

 불편한 사람들과 몰려다녀야 한다면 그게 뭐든 싫지 않을까요.

 

 이번에도 조슈아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표정만으로도 하고 싶은 말을 읽어냈는지 요한은 비장하게 말했다.

 

 “아직 반년도 넘게 남았잖아요. 두고 봐요. 어디든 좋다고 생각하도록 만들어 줄 거니까.”

 

 다짐 같기도 하고 선전포고 같기도 한 그의 자신만만한 외침에 조슈아는 줄곧 밀어두었던 기억이 불현듯 떠올랐다.

 ‘대장은, 왜 이렇게 인생이 재미가 없어?’

 

 ‘너희가 뇌를 빼고 다니는 거다.’

 

 ‘하하하, 그것도 그래. 내 뇌는 이미 실험실에서 다 타서 없어져버렸다네!’

 ‘…….’

 

 ‘이래서 머리가 적당히 남아 있는 놈들만 불쌍하다니까. 조금 안 됐지 뭐야. 명령 임무 생존밖에 없는 삶이라니.’

 

 ‘제발. 너는 그 입 좀….’

 

 ‘어쩔 수 없지. 대장 인생의 스릴과 즐거움은 우리가 담당해줄게! 이 쓰레기 같은 삶에서 그런 짜릿함도 없이 어떻게 살아.’

 

 

 

 목소리는 이제 너무 희미해서 제멋대로 뒤집어씌워졌고, 세뇌가 풀리며 엉망진창이 된 기억은 마치 타인의 과거를 보듯 흐릿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문드문 사람을 잡아먹을 것처럼 기억 저편을 범람해 덮쳐드는 장면들이 있었다.

 

 조슈아는 요한을 향해 고개를 기울였다. 닮았던가. 기억나지 않았다.

 

 어차피 지나간 순간들이었다.

 

 “절대 잊지 못할 생일로 만들어 줄게요!”

 

 더는 소중하게 여겨서는 안 되는.

 이젠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은.

 그의 망가진 해마 깊은 한구석에만 기록된 순간이었다.

 “…보통 그런 말을 본인 생일에 꺼내는 편입니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날이 정해져있나요, 뭐.”

 

 “…그런 걸 들어야 되는 날이잖아요.”

 

 요한은 눈꼬리를 접으며 사르르 웃었다.

 

 “전 이미 잊지 못할 생일이 된 걸요? 조슈아 경이 설마 제 생일을 알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깜짝 선물을 받은 기분이네요.”

 

 좋은 것들만 먹고 자란 인간처럼 말을 하는구나. 혹시라도 의미심장한 한숨이 쏟아질까봐 조슈아는 잠시 숨을 참았다. 이런 건 누구에게 배웠을까. 모방이었다 해도 탄식이 나올 것 같으니 본래부터 이런 인간이었던 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원래 그런 말을 이렇게 아무한테나 합니까.”

 짜게 식은 얼굴로 그렇게 말했더니 남자는 조금 겸연쩍은 낯으로 뺨을 긁적였다.

 “그쪽이야말로… 그 말이 어떻게 들리는지는 알고서 하는 얘기에요?”

 “…….”

 

 어떻게 들리는데? 생각지도 못한 지적을 만난 조슈아는 잠시 자신의 말을 되짚어보았다.

 

 “……?”

 

 “나한테만 하라는 것 같잖아요.”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

 “말도 안 된다니까요? 아니 애초에 그 쪽이 먼저 낯간지러운 소리를 해놓고? 아니, 저기. 잠시만. 요한 경.”

 ED1. Happy birthday!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