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문 밖에서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이쪽을 향해 황급하게 달려오는 소리였다.
조슈아는 이를 악물고 바닥에 들러붙은 몸을 일으켰다. 문짝이 안쪽으로 부서지며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조슈아 경!”
새빨간 시야 사이로 기사들이 들이닥쳤다. 대충 알고 있는 얼굴들이었다. 조슈아는 있는 힘을 다해 바닥에 쓰러진 남자를 가리켰다. 침입자를 짓누르고 있던 염력을 거둬들이자 발작처럼 기침이 터져 나왔다. 내장이 뒤집히는 것 같은 기분과 함께 핏물을 토해내는 조슈아의 주변으로 사람들이 멈칫거리며 다가왔다. 능력을 거뒀음에도 상태가 좋지 못했다. 조슈아는 당장이라도 폭주할 것처럼 뱃속에서 꿈틀거리는 무언가를 간신히 끌어안으며 바닥을 기었다.
제발 아무도 가까이 오지 마.
생각을 제대로 말로 뱉어냈는지조차 명확하지 않았다. 다만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제발 사라져주기를 바라며 그는 허리를 숙였다. 이마가 바닥에 피웅덩이에 문질러지며 머리카락이 잠겨들었다.
“조슈아 경!”
“…….”
주변이 아무것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와중에 저 인간은 왜 저렇게 혼자만 선명한 거람.
눈앞에 부연 필터를 한 겹 씌워놓은 것처럼 모든 것이 흐릿한데도 복도에서 달려오고 있는 요한이 보였다. 그의 주변으로 아주 느릿하게 시야가 번져들었다. 유리창의 성에를 닦아내는 것처럼, 남자의 주변만 조금씩 선명하게 물들었다. 자신에게로 성큼 다가오려 드는 남자에게로 몸을 일으키며 조슈아는 이를 악물었다.
“…엎드려!”
소리 지를 힘이 없을 것 같았는데 그래도 다급해지니 뭐라도 입 밖으로 나오긴 했다.
한 쪽 팔로 간신히 몸을 지탱하며 조슈아는 기도라도 하고 싶었다. 빗나가면… 죽겠지. 그래 빗나가면 죽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이 힘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그에게 주어진 것이었다. 팔이나 다리나 눈처럼. 인지를 가진 순간 자신의 수족처럼 휘두르던… 나의 것.
비록 강제로 개발시키느라 부작용이 커졌을 뿐이지 몸의 일부나 다르지 않았다. 할 수 있어. 빈사 상태로도 살려달라고 옷자락은 붙잡아 봤잖아.
스스로를 독려하며 조슈아는 손가락을 앞으로 뻗었다. 본래라면 조준 따위는 필요 없었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없으면 정말로 이상한 곳으로 힘이 튈지도 몰랐다.
아주 긴 시간동안 영점을 맞췄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제게로 달려오던 요한은 이제야 느린 속도로 뒤를 돌아보려하는 것을 보니 사실은 자신의 인지 속에서만 대단히 많은 시간이 흐른 모양이었다. 한 점에 집중한 힘을 총알처럼 쏘아내며 조슈아는 마지막 방아쇠를 당겼다.
“윽!”
단말마가 들려왔다. 제대로 맞은 모양이었다.
요한의 사각에서 그의 등을 향해 총구를 겨누던 이름 모를 이가 넘어지는 걸 똑똑히 지켜보며 조슈아는 기어이 바닥으로 엎어졌다. 침입자인지 혹은 내통자인지 모르겠지만 하나를 더 발견했으니 혹시나 아까 그 자가 죽었어도 최악은 벗어난 거겠지.
울컥, 다시 한 번 더 피가 토해져 나왔다. 검붉고 진득한 액체에 녹아내린 장기조직이 섞여있어도 모를 것 같았다.
머리가 충돌하며 트리거를 당긴 것처럼 브레이크가 부서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 정말 폭주였다. 순식간에 자신의 눈앞에 유리창이 내려왔다. 사람들의 시선이 유리창 너머에서 자신을 향해 쏟아졌다. 본래는 하얀 색이었을 벽지와 바닥은 다 말라붙어 변색된 핏자국으로 얼룩덜룩했다. 사방이 가로막히고 벽으로 외부와 단절된 공간은 몸부림을 치기에는 너무 좁았다.
조슈아는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깡말라서 뼈와 가죽으로만 이루어진 어린 몸이었다. 수백 개의 시선들이 자신을 응시했다. 무가치한 것을 바라보는 듯한 싸늘한 눈빛이… 조슈아를 해부할 것처럼 집요하게 따라붙었다. ‘사람’은 유리 바깥에 있었고, 안쪽에 있는 건 전부 실험체들이었다.
“으아아아!”
비명과 함께 피가 한 움큼 쏟아졌다. 소리가 핏물에 막혀서 제대로 나오질 않았다. 급격하게 몸이 차가워지는 기분이었다. 손가락 끝을 느리게 구부려보았더니 이제 더는 말을 듣지 않았다. 능력이 폭주하며 주변의 물건들이 가벼운 순서대로 하나 둘 떠오르는 게 느껴졌다. 누군가 몸 안쪽으로 바늘을 하나씩 밀어 넣는 기분이었다. 너무 고통스러워서 몸을 말았다. 흐느낌과 함께 살려달라는 말이 토해져 나왔다.
살려줘. 나를 살려줘.
이 유리창에서 꺼내줘. 아니, 나를 여기 집어넣지 마.
모두가 한 걸음 떨어져서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무감한 시선이었다. 여기서 살아남지 못하는 건 인간이 아니었다.
마치 처음부터 그 안에는 시체들만을 넣어둔 것처럼 사람들은 방관했다. 아무리 울부짖어도 누구 하나 손을 뻗어주는 사람이 없었다.
염력이 사납게 날뛰며 폭주하기 시작했다. 주변의 모든 것을 부숴버릴 기세로 온갖 것들이 엉켜 소용돌이쳤다. 중력이 적용되지 않는 것처럼 물건들이 이상한 방향으로 떨어졌다 날아오르는 동안 조슈아는 몸을 점점 더 웅크렸다.
죽음이 가까운 것 같았다.
실성한 것처럼 그는 울면서 웃었다.
뭐라도 아무거나 붙잡고 싶었다.
그리고, 부지불식간에 뜨거운 손아귀가 제 등을 감싸 안았다.
“…….”
손바닥을 파고들 것처럼 쥐어진 주먹 위로 따뜻한 손가락이 덮였다. 단단하고 간지러운 손길이었다. 의아해져 고개를 들었더니 어느새 유리창은 사라지고 누군가가 온 몸으로 들썩이는 자신의 등을 꾹 덮어 누르고 있었다. 흐려진 머리가 제 몸을 짓누르는 무게감을 느끼는 순간 끊어졌다. 깜빡, 점등하는 불빛처럼 이상하게 일그러지는 시야 너머에서 벌벌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아요.’
아니 안 괜찮은데요. 온 몸의 뼈가 마디마디 부서지는 것 같아요. 장기가 전부 녹아내리는 것 같아요.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구덩이 속에 던져진 기분입니다.
어째서 나는 이런 일을 겪어야 하지….
울음 섞인 물음에 몸이 갑작스럽게 크게 들썩였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새까만 세상 속에서 누군가가 조슈아의 손을 슬그머니 잡아왔다. 조그맣고 뼈마디가 튀어나온 손이었다. 시선을 낮추자 검은 머리칼의 어린 아이가 그의 손을 붙잡고 있었다.
‘헨리….’
자신이 아이의 이름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조슈아 본인이 가장 놀랐다. 워낙 어리고 몸이 약해서 실험실에서 가장 빠르게 죽어나간 녀석이었다. 세상 모든 것들이 무서워서 잠을 잘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실험을 받을 때도 조슈아의 손을 꼭 붙잡고 놓을 줄을 모르던 약하고 조그만 실패작. 형이라고 부르면 안 돼요? 눈물을 그렁그렁 단 채로 물어보던 아이는 며칠 제대로 살지도 못했다.
네가 나를 데리러 온 걸까. 그렇다면 이번에는 정말로 같이 가줄게. 너는 혼자두면 금방 우니까.
깜빡.
몸이 거세게 흔들렸다.
다음 순간 조슈아는 밀려오는 멀미에 왈칵 무언가를 쏟았다. 위액치고는 너무 비렸다. 도저히 떠지지 않는 눈꺼풀을 간신히 들어 올리자, 자신은 실험실을 벗어나 누군가에게 들쳐 업힌 채 복도를 달리고 있었다.
느리게 제 자리를 찾은 기억이 밀려들었다. 이 낡고 고풍스럽고 끔찍하게 긴 복도는… 아발론이었다.
이 길을 걸어서 서임식을 하러 들어갔었지.
“…조슈아 경. 괜찮아요. 버틸 수 있어요….”
자신을 업고 있는 등이 자꾸만 말을 거는 중이었다.
체온이 떨어져 전부 춥다고 느껴지던 몸에 어느새 뜨거운 살갗이 닿아 있었다. 이름을 부르고 싶어 입을 벙긋거렸지만,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남자의 금발이 눈앞에서 어른거렸다. 그의 목 뒤나 팔뚝에 깊게 패인 상처가 보였다. 조슈아는 몸을 늘어뜨리고, 눈을 감았다.
점점 주변의 소음이 멀어지고 업혀있는 등의 심장 소리만 쿵쿵거리며 들려왔다.
뱃속에서부터 들끓던 고통스러운 감각이 조금씩 희미해져갔다. 그는 눈을 감았다. 깊고 바닥이 없는 어둠속으로 천천히 떨어지는 몸을 느끼며 조슈아는 느리게 숨을 뱉었다.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간신히 매달려 있던 팔이, 힘없이 툭, 바닥으로 떨어졌다.
BAD END. 당신은 사망하였습니다.